부부

42년 전 만남을 기억하며...../ 산책과 식사와 커피

유보배 2021. 10. 9. 15:08

나이가 점점 들어갈수록

기념일을 챙기는 것이

번거롭고 귀찮을 수도 있으나

 

그래도 서로 누군가를 기억해주고

따뜻하게 챙긴다는 것이

 살아가는 소소한 행복이라고 생각해요

 

무슨 큰 선물이 아니어도

그냥 마음을 알아주고

함께 해준다면 그것이 최고의 선물이지요

 

남편과 함께 가을길을 산책하고

집 앞 식당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시는 생축의 시간이 감사해요

 

언제라도 편하게 오는 용담골과 나래 찻집

자주 오다 보니 이웃사촌이에요

ㅎㅎ 오늘 우리 남편이 다 쏩니당

 

보배가 좋아하는 갈치조림

 

밖에서는 늘 먼저 챙겨주는

매너 좋은 남편

ㅎㅎ집 안에서는 보배가 챙겨주지요.

 

와웅~~ 역시나

부드럽고 두툼한 갈치조림이 맛나요

감자와 무도 시원하고요

 

사장님이 주신 정안 밤

고마워요.

 

2층은 전망이 더 멋지죠?

오늘따라 더욱 파란 저수지가

푸른 바다색 같아요.

 

아메리카노와 카푸치노가 나왔는데요

하얀 거품 위에 뿌려진 시나몬 가루

 42년 전 종로 연 다방에서의 미팅이 생각납니다

 

당시 고명딸의 귀가 시간에 엄격했던

울 친정아버지 때문에

얼마 되지 않아서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는데

 

갑자기 아깝다며 내가 마시던

뷔엔나 커피를 

벌컥하고 다 마시던 우리 남편

 

 잘 생긴 외모에 마음이 끌렸던 보배는

초면에 남의 커피를 마시는 것이 황당하면서도

ㅋㅋㅋ 속으로는 은근히 좋았다는 

 

그때의 젊고 아름답고 빛나던 청춘 남녀는

빠르게 흘러 가버린

42년이라는 세월 속에서

 

머리가 희긋희긋한 할배, 할매가 되어

서로를 짠하게 생각하는

그런 애틋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가끔은 티걱태걱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있지만

ㅎㅎ 서로가 서로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