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나무

점점 귀찮아지는 잔디관리

유보배 2012. 9. 14. 13:19

 

서울에서 살던 내가 처음 원삼면 사암리 호수마을로 이사를 왔을 때는

길가의 들꽃도 어쩌면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워 보이는지 몰래라도 캐다 심고 싶고

마을에서 누가 거저 주기라도 하면 어쩔줄 몰라 황송해하며

무조건 받아다가 여기저기 정신없이 심었습니다

덕분에 우리집 정원에는 많은 종류의 꽃들이 자라났고요

 

잔디밭도 항상 깔끔하게 자르고 끝주변까지도 가위로 완벽하게 처리하였지요

남편은 왜그리 힘들게 자주 깍냐고 하지만

그렇게 해야 보기에도 좋고 찾아 온 사람들의 칭찬도 싫지는 않고..ㅋㅋ

무엇보다 깔끔해서 내마음도 좋았습니다

.

.

시골생활 10년차

이제 슬슬 꾀가 나기 시작합니다

 

더욱이 지난 3월에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마음이 한동안 힘들었던 나는

이끼와 잡초들로 초토화 된 잔디밭을 살리기 위해 남편과 흙을 뿌렸지요

뿌린 흙이 너무 두꺼워 생각보다 잔디가 안 퍼지니

 

 

생명력 강한 좀씀바귀는

 점점 자기영역을 확장해 나가고..

 

술술 구멍뚫린 사이로 잡초들이 하루가 다르게 쑥쑥 나와서

끙...잔디밭인지 잡초밭인지 ....에휴

  

여기저기 흙이 보이는 엉성한 잔디밭에

 

잔디보다 흙이 더 많으니 전기잔디깍이 기계로 자를 수도 없고

수동잔디깍이를 해 보아도 힘들고

가위로 일일이 자르려니 무픞 아프고 다리 저리고..

 

올 여름 비가 많이 오고요

 포천과 원삼을 오가는 생활속에서 제대로 가꾸지 않은 마당은

쥐똥나무도 잘라야 하고 풀도 뽑아야 하고 사방에 일천지입니다

 

얄미운 모기란 놈은 어떻게 사람냄새를 그리 잘 맡는지..

시도 때도 없이 꼭 한마리씩 앵앵거리며 나타나서 공격을 하네요

모기란 놈이 자꾸 무니 갑자기 짜증이 밀려오면서

아니 내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땀을 뻘뻘 흘리며

얼굴은 새까매지고 온 몸은 쑤시도록

아무런 소득(?)도 없는 마당 일을 해야하나?

 

차라리 잔디밭을 확~  갈아엎어서

맛난 고구마나 감자밭으로 만들어?

아니 고추나 들깨? 호박이나 무우를 심을까?

요즘 채소 값도 비싼데 실속이나 있게 말이죠...ㅋㅋ

 

하지만 앞댁을 보아도 

 

옆댁을 보아도 이렇게 정갈한 잔디밭이네요

 

이곳에 혼자만 곡물을 심을 수는 없지요?

그리고 농사는 뭐 아무나 지으나요..ㅎㅎ

그것은 더 정성이 많이 들어가야 하니 수고롭고 어렵겠지요

 

 

에휴..그러니 힘들어도 어쩌겠습니까?

열심히 가위로 자르고 갈퀴로 긁어내고 풀을 뽑을 수 밖에요

 

잘라낸 잔디 쓰레기의 양도 엄청나지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전원생활이 부럽다고 말하지만

시골에서는 몸을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살 수가 없어요

그래야 모두가 함께 누리는 아름다운 정원과 밭이 되니까요

 잔디밭은 아주 조금만 있는 집에 살고 파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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