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둥이 하영이의 좌항초등학교에서
공개수업과 학부모 총회가 있는 날
참관수업은 11시20분에 과학수업부터 시작인데
4학년을 맞아 처음 맞이하는 하영이의 학교 생활이
궁금하기도 하여 조금 일찍 도착했지요
유리창 너머로 살짝 들여다 보았더니
PPT를 이용하여 영어 수업을 받는 것 같은데
하영이가 단짝 정민이와 지우개로 장난을 치고 있네요?
아니 쟤가 왜 저러지?
늘 바른 모습의 하영이를 생각했던
보배는 조금 실망스러웠으나
한창 장난치는 시기이니 그럴수도 있겠지...라며
엄마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한 학년이 한 반이 작은 시골 초등학교이다 보니
친구맘들하고도 정이 들어서
서로 만나면 모두 반갑고 좋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엄마들과 즐거운 인사를 나누고
공개수업을 참관하기 위해
과학실로 들어 갔어요
옆에 앉은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까 하영이가 수업시간에
장난을 치고 있다는 말을 하니
요즘 하영이가 말이 많아져서
선생님에게 큰소리로
이름까지 한 번 불렸다고 하네요?
어머~~큰소리로 이름까지 불리다니...
이게 도대체 뭔 일이래요?
아이 둘을 길렀지만 수업시간에 떠들어서 선생님께 혼난다고는
생각해보지 않아서인지 은근히 속상해지기 까지 합니다
학급 임원은 물론 늘 모든 면에서 반듯하고
친구들에게 인기도 좋았던 큰 아이와는 달리 늦둥이라고
너무 오냐 오냐~~ 키워서 그런 것은 아닌지
마음속이 갑자기 뒤엉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하영이는
엄마왔다고 좋아서
자꾸 뒤를 돌아보며 눈을 맞추려 하네요?
보통 때 같으면 좋다고 엄마인 보배도
애정의 눈길을 듬뿍 보냈을텐데요
에구..나는 내 속이 그렇게 좁은 줄 몰랐어요...ㅠㅠ
사랑의 눈길은 커녕
수업중 실험을 하느라 잠깐 틈이 난 사이
못 참고 하영에게 가서 물어 봅니다
하영아~~
너 수업중에 떠들다가 선생님에게 혼났니?
아니? 그런 적 없는데??
선생님이 네 이름 크게 부르셨다며~
아니?
네가 혼났다는데?
아니야~~누가 그래 엄마?
옆에서 듣고 있던 정민이도 한 마디 합니다
하영이 혼난 적 없는데요?
그래에?
자리로 돌아와 생각합니다
우리 하영이가 아니라는데 왜 내게 그런 말을 했을까?
수업을 참관하면서도 계속 머리속에서 생각이 떠나질 않습니다
우리 하영이를 이상하게 생각하면 어떡하지?
그래... 본인에게
그게 아니라고 다시 말해야 겠다
결국 말을 하고 말았습니다
저기...하영에게 물어보니 그런 일이 없다고 하네요....ㅠㅠ
내가 생각해도 내가 너무 못난 것 같네요
그게 무어 그리 큰일이라고
나이값도 못하고 쫀심이 상했을까요?
집으로 오는 길에 하영에게 다시 들으니
수업시간에 자기와 자기모둠 아이들이 모두 떠들어서
선생님이 "송하영~~지금 친구가 발표한 거 말해 보세요~~" 하셨다네요
에궁...시간이 지날수록
내 자신이 못나고 우스워보여요
우째 그리 속이 좁은지...
나름 걱정되서 말을 해 준
친구엄마에게 얄팍한 속을 보였으니
얼굴이 화끈거릴만큼 부끄럽네요
작은 말 한마디도 그냥 웃어 넘기지 못하고
마음에 콕~~ 걸리고 마는
에효효~~~정말 바보같은 에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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