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센타로 출근한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어요
여보세요~~
뭐하십니까? 저기말이죠...검은 콩 있지?
검은 콩하고 검은 깨로 미숫가루 좀 만들어 주세요~~
웬만해서는 마눌님에게 뭐 만들어 달라는 부탁을 안하는 남편이 웬일인가 싶었더니..ㅋㅋ
검은콩과 검은깨가 머리카락을 나오게 한다고 누군가에게 들었답니다
매일 운동장에 사는 시간이 많은 남편에게 아무리 썬크림을 바르라고 이야기를 해주어도
썬크림을 바르면 땀이 날때도 불편하고 눈이 따갑다고 신경도 안쓰는 남편인데요
유난히 외모에서 가장 신경쓰며 예민한 부분이 하나 있답니다
그건 바로 머리입니당~~
이유는 머리숱이 적어서이죠
집에는 여러종류의 곡식을 넣어 만든 몸에 좋은 미숫가루가 있지만
모처럼의 서방님의 부탁이니 당장 만들고 싶은 마음에 집에 있던 검은콩을 깨끗이 씻고
검은깨를 구하려고 주위분들께 수소문 해보니 지금은 깨를 수확하는 시기도 아니고
작년에는 비가 많이 오고 기후가 안 좋아서 깨농사가 잘 안되어 보관해 놓은 것이 없다고 합니다
그래서 깨를 사러 마트로 갔습니다
그러나 원삼농협에도 백암농협에도 또 다른마트에도 참깨가 없어요
날은 더운데 여기로 갔다 ~ 저기로 갔다~
어쩌다 귀한 검은깨님을 만나기라도 하면 오잉? 모두가 중국산입니당..ㅠㅠ
그때 누군가 말씀해 주시네요
아~그거야 쌀집에 가면 있지?
정말로 쌀집 생각을 못했어요
우리가 어릴 때에는 쌀집이 있어서 배달을 시키곤 했는데...
요즘에는 뭐든지 마트로 가야 한다고 생각하니..참 습관이 무서운 것 같아요
재래시장에도 싸고 좋은것들이 얼마든지 있는데..넘 편리한 것만을 생각하나 봅니다
오랜 세월동안 장사를 하신 분들이니 믿고 살 수가 있겠죠?
1되에 15000원이라고 해서 3만원어치 샀어요
제가 자주 가는 원삼에 있는 방앗간이에요
검은깨를 구하러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오니 방앗간 아주머니가 콩을 기계에 볶아 말리고 계시네요
마음씨 좋은 주인아주머니는 가래떡을 할 때도 쌀만 갖다 주어도 다 닦아서 불려서 떡을 만들어주시고
깨도 깨끗이 씻어주세요~~
아주머니가 깨를 체에 일어 닦으시는 모습을 뵈니
예전의 제모습이 생각나서( 깨를 씻다가 깨가 다 없어진) 이야기 해드렸더니
어느 며느리이야기를 해주시네요
시어머니가 얘야~ 깨 좀 닦아 놓으렴 ~
나중에 외출에서 돌아오신 시어머니가 얘 아가야~ 깨어디있니?
어머니~ 깨가 하나도 없던데요
뭐라고??
이야기의 내용인즉
며느리가 깨를 씻으려고 하는데 자꾸만 물에뜨니 그것이 껍질인 줄 알고 다 버려버렸답니당..ㅎㅎ
마치 나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아주머니와 둘이서 재미있게 웃었습니다
여러번 깨를 씻으며 체에 건져내고 나중에는 가벼운 깨는 다 건져지고 무거운 흙만 남아요
아마 제가 집에서 씻엇다면 반은 다 날라가 버릴 것 같아요..ㅋㅋ
깨가 볶아지는 동안 주인아주머니를 의자에 앉으라고 하시자
왜에?
제가 블로그에 찍어 드릴려구요 ~
다음번에 또 온다구?
아니요~ 사진찍어서 인터넷에 좋은 방앗간이라고 소개해 드리려구요
으응~ 그런데 내가 볼 수가 있나?
나중에 손자들에게 물어보시면 되요
보통때에는 많은 분들이 이용하시는 의자가 오늘은 편히 쉬고 있네요
이곳이 시골이니 파리채는 기본이요.
바닥이 비닐장판으로 꾸민 리모델링이 훌륭한 쇼파입니다
그사이 옆에서 화성옥 식당을 하시는 아주머니가 갑자기 손님들이 많이 오셔서 밥이 떨어졌다며 밥을 얻어갑니다
두분의 대화가 후한 시골인심처럼 꾸밈이 없고 정겨워서 담아 보았어요
이 기계에서 콩이며 깨며 다른 곡식들도 볶아지는데요
원래는 기계로 하는것 보다 직접 말린 것이 좋다고 하십니다
그거야 알지만 예전에 저도 말려 보았는데요
그것도 쉽지는 않더라구요
데크에 널어 놓으면 새나 파리가와서 덤비구요
방안에서 말리면 덥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다가 엎지르고..
비닐하우스나 뭐..움직이지 않는 곳이 있다면 몰라도요
저는 이게 편해요
금방 되니까요..ㅋㅋ
영양가는 그만큼 적을까요?
하지만 지키도 기다리는 것도 정성이에요(자화자찬)
검은콩이 다 식으면 이 기계에 넣으면 요렇게 곱게 갈아집니다
고소한 냄새가 인절미 생각이 절로 나네요
까만 콩이지만 노란 콩가루가 되었어요~~~
콩과는 달리 기름이 많은 검은깨는 떡가루 빻는 기계에 넣어야 된답니다
워낙 기름이 많기 때문에 구멍이 막힌데요
그래서 두번 가루를 낸 다음에 요렇게 봉투에 받아요
역시 깨냄새는 콩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고소하고 강력하네요
아직 바짝 마르지 않아 덩어리가 있지만 집에 가서 말리면 된답니다
이상으로 서방님 머리숱과 건강을 위한 프로젝트가 급하게 완성!!
온가족의 건강을 위해서 매일 아침 우유와 함께~~
힘든 일도 아닌데 너무 생색이 심하죠?..ㅎㅎ
이모든 수고로움에 대한 방앗간의 비용은 단돈 만원!
3Kg이 조금 넘었다는데요
우리동네 원삼 제분소는 정말 싸고 좋은 방앗간이에요
주인 아주머니가 참 친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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