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두에서 초록으로 점점 짙어가는
서천둘레길을 산책하니
"5월의 시"가 생각나서 전해드립니다
5월의 시 / 이해인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색 서정시를 쓰는 5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 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5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 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 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5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 되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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