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

친정엄마의 장례식을 마치고/ 너무나 그리운 엄마 죄송해요

유보배 2012. 3. 14. 03:00



돌아가신 친정 엄마가 그리운 새벽

오랜만에 컴 앞에 앉았습니다

무슨 말을 어떻게 써야 할지 ...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 그렇겠지만

보배에게 엄마의 존재란 편한 친구처럼 재미있고

즐겁고 신나고 때론 연인처럼 정겨웠으며 


이세상 누구보다도 딸의 전화를 제일 반가워하며 

언제나 내 모든 것을 다 받아주는

한없이 포근하고 따뜻한 울타리요


자식을 향한 한결같은 해바라기 사랑이셨습니다

그렇게 정답고 넉넉하셨던 엄마를

이제 더 이상 볼 수도, 전화를 걸 수도,


만날 수도 없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메어지며

눈믈이 주체할 수 없이 쏟아집니다

 

엄마...

부르기만 해도

너무나 그리운 이름이에요


왜 엄마가 퇴원하는 날..

아침일찍 전화까지 하신 엄마에게

좀 더 다정하게 굴지 못하고


병원에 가지 않았을까? 

후회를 해보지만

이제 와서 그것이 무슨 소용있겠어요?

 


척추 협착증으로 일주일동안 병원에서

허리 시술을 받으신 엄마가

큰오빠 부부와 퇴원수속을 잘 받으시고 집으로 돌아왔다며


 할렐루야~ 를 외치는 기분좋은 큰오빠의 전화를 받은지

3시간도 안되어

엄마가 심장수술을 하지 않으면


한 달도 못 사신다는

 놀라운 전화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황당함이였지요

 

컴퓨터 교실에서 글을 쓰고 있다가

놀라움과 충격으로

 운전도 못할 지경이였습니다.


엄마가 기분좋게 병원에서 집으로 돌아와

침대에 누우신지 10분도 안되어

언니는 전복죽을 드리려 주방으로 갔고 


오빠는 엄마가 좋아하시는 신유cd를 트는데

아악하는 비명소리에 달려가 보니

엄마가 숨을 몰아쉬며 호흡을 잘 못하시더랍니다

 

너무나 놀란 오빠부부는 119와 함께

정신없이 가까운 병원 응급실로 달려오니

심장이 찢어져서 피가 출혈되었는데


당장 수술을 하지 않으면

한달도 못 사신다고 했대요

 

평소 우리 엄마는 심장에 부정맥이 있어

안암 고대병원으로 4개월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다니시는데 4월7일이 정기검진일이였어요


생각해보니 요사이 엄마가 부쩍 힘들어 하셨는데

 허리 아픈것만 생각했지

왜 심장쪽은 아예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요?

 

언니는 어차피 수술에 들어가시면

내일 새벽이나 되니

힘들게 올라오지 말라고 했지만


 이상하게 불안하고 견딜수가 없어

하영이를 옆집 시은맘에게 부탁을 하고

 울면서 올라갔어요


가는 도중 다행히 엄마의 의식이

정상으로 돌아오셔서

곧 수술에 들어간다고 하여


하나님께 간절히 기도햇어요

도착할 때까지

제발 엄마가 수술에 들어가지 않기를요

 

다행히도 수술 바로 전

중환자실의 이동용 침대에 누워있는

 엄마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수술을 받기위해 모든 기구를 장착한 채

 힘없이 누워계신 엄마를 보니

눈물이 하염없이 솟구쳐 뺨을 타고 흘러 내렸습니다


왜 내가 엄마 집에 오늘이 아닌

내일 가려고 했을까?

 


흑흑거리며 소리를 내며 우는 나에게

엄마는 눈을 크게 뜨시며 


걱정스런 목소리로 울지마~~왜 울어?

엄마는 괜찮아..울지마 어서~라며

당신 자신보다는 우는 딸의 걱정만 하고 있었습니다.


수술이 무섭지 않냐는 말에

엄마는 "나는 안무서워 이게 뭐가 무서워? " 하시며

엄마는 괜찮으니 아무걱정 말라며 오히려 다독거렸어요

 

그날 수술실 앞에서의 엄마는

딸이 간다고 전화하면 너무나 기뻐하고

나이들어 자식들을 보면 약해지셔서


 마냥 기대고 의지하시던 아기같은 모습이 아닌 

자식을 위로하며 달래주던 젊을 때의

의연한 모습의 엄마로 돌아와 있었지요

 


가족들은 다시한 번 수술을 주도하는 흉부외과 허재학 박사에게

촬영한 CT사진과 함께 엄마증상에 대한 설명을 들었어요

엄마의 병명은 대동맥벽내혈종(피가 응어리져서 굳었다고 함)


이는 다른사람들에게는 조금 특이한 병명으로

 대동맥박리증의 자연경과며 염증이나 혈압,

스트레스가 원인일 수 있다고 하더군요

 

엄마는 동맥경화와 대동맥이 늘어나 있어서

조금 복잡한 수술이 될 수 있지만

 연세가 있으니 되도록 1차 대동맥 수술을 하는 것으로 하고


상태가 안좋아 어쩔 수 없으면

궁이나 판막까지도

손을 써야 할지 모른다고 합니다

 


엄마의 나이가 고령이기에 20%는

사망할 수 있다는 의사의 말에

우리들은 왜 1%도 사망을 의심하지 않았을까요?


어째서 20%의 부정보다는

80%의 희망에만

우리의 마음을 두었을까요?


안하면 한 달안에 사망할 수도 있다는

담당 의사의 말을

왜 그리 전적으로 믿었을까요?

 


의사의 설명을 듣던 도중 혼자 있을 엄마가 걱정되어서

다시 엄마곁으로 돌아온 나는

미안해서 울기만 하다가


불현듯 만일 혹시라도 수술이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이게 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엄마에게 간절하게 말했어요

 

하나님 나라와 예수님을 믿어야 한다고 하자

처음에는 대답을 안하시던 엄마가

간절하게 다시 한번 말하자

 그래에~~라며 대답을 하시고


울지 말라는 말을 또 하시며

 잡고 있는 손을 강하게 꼬옥 잡으셨지요

 


엄마 사랑해!!

수술 잘 받고 나오세요 어머니~


걱정하는 우리들을 향해 염려하지 말라는 듯

잔잔한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수술실로 들어가신 엄마~

 

92세의 나이에도 고관절수술을 무사히 잘하시고

101살까지 장수하신 외할머니를 생각하며

아무일 없이 새벽 3,4시가 되면 수술실을 무사히 나오실


사랑하는 엄마를 위해 여러 지인들께 중보기도를 부탁하며

수술실 앞 대기실에서 오빠,언니와 함께 

긴장되고 초조한 마음으로 기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