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

친정엄마의 장례식을 마치고/ 이건 말도 안돼요

유보배 2012. 3. 14. 05:19


3월6일 오후 7시

수술실로 들어가신 엄마를 

우리 형제들은 함께 기다리며 있었어요


처음에는 서로의 불안한 마음을 감추고 

외할머니 닮아서 무사히 잘 할거라는

가벼운 농담도 주고받으며 서로 의지하며 기다렸지요

 


밤 10시가 지나고..11시,12시가 되었을 무렵

작업중에 전기톱에 손가락이 잘려나간

31세의 젊은 환자를 찾아온


금천구에 있는 사랑의 교회 목사님부부와 

그 환자의 가족이 함께

수술실 앞에서 중보기도를 하자


 초면에 우리엄마의 기도까지 부탁을 드려

엄마를 위한 은혜스러운 중보기도를 함께 하면서

좋으신 하나님께 감사드렸어요

 


어떻게 내 마음을 아시는 주님께서

 비록 우리 목사님은 아니지만

주의 종을 보내주셔서 이렇게 위로를 해주실까..


모든 것이 다 잘 될 거라는 확신을 가졌지요

 

그런데 시간은 점점 흐르면서

온 신경이 엄마에게로 곤두선 우리들은

무슨 조그만 소리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이며

수술실을 향해 

목이 빠져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걱정하는 나에게 오빠는 완벽하게 하려면 10시간 정도는

걸릴 수 있다는 의사의 말을 상기시키며

잘 될거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새벽 3시가 지나고 4시가 되어가는데..

7시간 수술이라 하였는데

어째서 이렇게 기별이 없는 것일까요?


혹시 무슨 소식이라도 들을까..

큰오빠와 언니는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수술실앞을 서성거리며 걸어다니는데


간호사들이 자꾸 피를 들고 들어갑니다

걱정이 되어 물어보니

수술은 잘되고 있는데


시간은 아침에나 되어야 한다고 하네요

불안했지만

설마 무슨일이야 있으려고 하면서


 기다리고 또 기다렸습니다

수술실 문이 열릴 때마다 이제 끝났나? 하면서

가족들은 가슴을 졸였어요

 


다음날 오전 7시

꼬박 12시간의 시간이 지나고 부터

가족들은 무언가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자꾸 보채기 시작했습니다

참다못한 큰언니가 인터폰을 누르자

오전 8시경 수술을 담당했던 허재학 박사가 나왔어요

 


엄마의 상태가 생각보다 안 좋아서

힘들게 새벽 2시30분에 1차 수술을 끝내고

판막까지 수술을 하려는데 대동맥이 많이 늘어나 있고


동맥이 너무 엷아 꼬매놓으면 자꾸터져서

너무 힘들었다며

지금 최선을 다해 애쓰고 있는데


맥박도 혈압도 오르지 않고 있어

위험한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하네요

 

아니~~그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요?

위험하다는 것은 결국 엄마가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말이 아닌가?


그때부터 거의 제 정신이 아닌 것처럼

혼란스럽고 불안했습니다



가족들은 말은 못하지만 무언가 최악의 상황이

다가온다는 것을 느끼면서도

최선을 다한다는 의사말을 끝까지 믿고 싶었어요

 


하지만 오전 10시 박사는 가족들을

수술실옆 방으로 부르고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리를 하고 있습니다


모든 기기를 다 동원하고 엄마를 살려보려고

 최선을 다했지만 운명하실 것 같다는

말도 안되는 소리를 지껄이고 있었습니다

 


 너무도 기가 막혀 도대체 팔순 노인네인 엄마를

몇 시간이나 마취했냐고 물으니

수술이 생각보다 너무 힘들어 10시간 마취했다고 합니다


아니 보통의 건강한 사람도

그정도로 마취하면 깨어나기 힘들텐데

노인네를 그렇게 할 수 있나며 물어보니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더 어이없고 놀라운 것은

평소 엄마에게 효자아들이던

우리 큰오빠의 태도였습니다


의사샘 식사도 못하시고

밤을 지새운 14시간동안

최선을 다해주신 것에 감사드리며


어머니의 죽음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겠다고

 수고하셨다며 공손히 인사까지 하는 겁니다

 

 순간 저오빠가 미쳤나? 자기가 예수님인가?

의사에게 이게 뭐냐고 항의를 해도

 모자랄 판에 도대체 뭐하는 짓인가


하지만 여지껏 엄마를 누구보다도

효성스럽게 모신 큰오빠의 한마디에

우리들은 더이상 할 말이 없어


그 자리에 말도 안됀다며 주저앉아 통곡하고

언니들도 모두 울음바다가 되어버렸습니다

 


하나님~~이게 뭐예요?

말도 안돼요

엄마를 제발 살려주세요


이런 법이 어디 있어요

내가 그렇게 기도했는데..

어쩌면 제게 이러실 수 있어요


말도 안돼요..말도 안돼..를 외치며

그렇게 울부짖었습니다

 정말 말도 안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