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그리운 아버지, 정다운 아빠/우리소에서

유보배 2010. 8. 5. 17:01

 

 

시합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모처럼 장모님이 오셨으니

저녁을 대접하고 싶었나 봅니다. 


갑자기 냉면이 먹고 싶다며

차를 몰고 간 곳은

양지에 있는 고기집 우리소


고기 맛은 좋지만 가격이 조금 비싼 곳이라

 머리 속에서 계산기가 휘리릭~ㅎㅎ

하지만 엄마에게 잘하려는 남편의 마음이 고마워요.

 

엄마와 하영이가 좋아하는 양념갈비는  35000원

굽는 것에 따라 고기맛이 달라진다며

손수 고기를 구워 엄마와 하영에게 잘게 잘라 서비스하네요.


터프한 성격과는 달리 가족에게는

 특히 딸들에게는 얼마나 헌신적이고 자상한지

 부성애가 무척 뛰어난 남편이에요~


자신 입에 들어가는 것 보다

새끼 입에 들어가는 것이

더 행복하다는 말이 실감나도록 남편은


하영에게 주고 또 주고 ...

앞에 계신 장모님에게도 마찬가지

 열심히 잘게 잘라서 주네요


엄마를 모시고 다니면

이제는 엄마가 하영보다 더 아기 같아져서

언제 저렇게 늙으셨나...가슴 한 켠이 아리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딸들에게 지극정성인 남편을 보면 

돌아가신 내 아버지가 떠 오릅니다


위로 오빠만 셋이였던 우리 아버지는 보배를 낳은 날

딸을 낳았다고 무척 기뻐하시며

춤까지 추셨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어렸을 때부터 엄마보다도

날 더 많이 업어주고

데리고 다니셨던 분은 아버지셨어요.


오빠들에게는 엄격한 분이셨지만

모든 면에 관대하셨지요.

심부름을 시켜도 오빠들을 시키고...


보배는 가만히 당신 옆에만 두고 쉬라고 합니다.

그래서 조금 이기적이고

버릇이 없기도 한 것 같아요...ㅠㅠ


사랑스런 막내 딸 이여서 그런지 우리 아버지는

결혼을 한 우리 부부를 내놓기 싫어

7년을 함께 세검정집에서 데리고 사셨는데요


분가한 후에도 딸을 잊지 못해

낮이면 우리 집에 오셔서

당시 초교 1학년인 손녀 딸의 뒷바라지와 청소며 빨래 등


직장 다니는 딸을 위해

우리집 가사 도우미에 아이 돌보기까지

너무도 즐겁게 하셨어요.


통역관을 하시기도 했던 아버지 덕분에

큰 딸의 영어공부는

아무 걱정없이 수월하게 배울 수 있었지요.


지금도 살아계신다면

하영의 영어공부까지도

 가르치게 되었을까요?...ㅎㅎ


갑작스런 뇌출혈로 쓰러져 돌아가시기 전 까지 

아버지는 우리 집으로

매일 출근을 하신 부지런한 분이셨지요.


결혼 초기

남편의 고마움을 잘 몰랐던 것은

유별난 아버지의 사랑 때문이 아니였을까...


아버지의 넘치는 사랑을 받았던 보배지만

우리 남편과 두 딸들과의 사이에서는

 또 다른 아낌없는 사랑을 봅니다.


무게로 친다면 누가 더 크고 이길지...

친구와도 같은 친밀감에서는

어쩌면 우리 신랑이 이길 것도 같네요


왜냐면 아버지가 아무리 잘해 주셔도

조금은 어려운 부분도

있었던 것 같기 때문이지요.


아니 그때는 거의 다 아버지를 좋아하면서도

그런식으로 부모님을

조금 어려워 하지 않았나 싶어요.

 

어째든 자기 딸들에게는 자신의 모든 것을

 다 주어도 아까울 것이 없는 것 같은

남편의 태도는 존경스럽기까지 하죠


사랑스런 하영과 늦둥이를 향한 딸 바보아빠 ~

이 부녀 사이는 심한 코골이 소리조차도

전혀 들리지 않는 찰떡 궁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