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나무

봄맞이/ 마당 일하기

유보배 2011. 4. 2. 20:31


 

날씨가 추워 아직은 풀이 나지 않고 괜찮겠지..

컴에 빠져 마당에 나가보지 않았다가

 모처럼 토요일 오후에 잔디를 살펴보니

요기조기 잡초들이 쏙쏙 나와

심기를 불편케 하니

귀찮아도 요 녀석들을 얼른 뽑아야 한다 


에잇~ 요놈들!! 왜 있을 곳에 있어야지

주인이 허락도 안 한 곳에 있어서

꽃도 펴보지 못하고..그러니까  뽑히잖니?


풀을 뽑으면서도 우리 하나님 생각이 난다

나도 엉뚱한 곳이 아닌

 주님이 좋아하시는 자리에 있기를..ㅋㅋ

 

그때 장난꾸러기 송하영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나더니

디카를 가져와 엄마인 나를 찰칵찰칵 찍어댄다

아마  엄마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찍고 싶었나 보다

 

 우리 하영이가 찍은 사진 중에서

이상하게 나온 것은 삭제하고

요조 숙녀같은 얌전한 모습만 올린다..ㅎㅎ


예전에는 누군가 내게 화분에 심긴 꽃을 선물한다면

 차라리 예쁜조화를 사 달라고 했다.
얼마가지 않아 꽃은 시들거렸고 화사하게 반짝이는 생기가 없어진다.


내가 꽃에게 사랑을 주지 않아 그런것이라 하여

 물을 줄 때 마다 사랑한다고

이야기도 해주었다.

 

그런데도 별반 나아지는것도 없어서

 어설프고 지저분하면서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꽃과 나무를 보며

급기야는 차라리 미련없이

깨끗하게 치울 수 있게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는 나쁜생각도 했다.

 

 


이곳 용인시 원삼면 사암리 주택으로 이사 오면서

푸른 잔디가 심기운 정원을 가지게 되었다.


 이사 온 그해에는 뭐가 뭔지도 몰랐고

 하영이의 임신과 출산으로

우리집 정원은 거의 무방비 상태였다.


잔디 위에는 토끼풀이 무서운 속도로 자리 잡아갔고

화단 위에도 쑥과 이름모를 잡초들로 무성했다.


전원주택은 서로의 담장이 낮아 서

모든 꽃과 나무를 공유하는 이웃에게

얼마나 미안한 일인지도 그때는 잘 몰랐다.

다음해 봄이 왔을때

자연과 더불어 산다는 것이

얼마나 축복받은 것인지 어렴풋이 느껴졌다.

 

아름답게 잘 가꾸어진 이웃의 정원을 보면서

 나도 열심히 따라하며 흉내 내기 시작했다.


어린 하영이 때문에 자유롭지 못했던 나는

외등을 켜놓고

새벽 3시반부터 꽃을 심기도 했고


도와주시는 아줌마와 함께

잔디에 잡초를 뽑고

남편의 도움을 받아 흙과 모래로 보충을 했다


시간만 나면 꽃시장으로 달려가 알록달록 예쁜꽃들을 사다 심었다.
무조건 심고 물주면 되는지 알고 정신없이 심었던 것 같다.
심지어는 산책 하다가도 아무꽃만 보면 캐다가 심고 싶었고


시골교인들  집마당의 꽃들도 주기만 하면

감사한 마음으로 얻어와

 마구마구 심었다

꽃은 되도록 같은 종류대로 모아 심어야 이쁘고

다년생 야생화와 화려한 일년초가 적절하게 함께

 어우러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년생 꽃들과 야생화가 고고하면서 은은하다고

그것만을 고집해도 정원의 화사함이 적고

 화려한 일년초만 심는다면 경제성을 무시할 수 없고

나누어줄 수 있는 풍성함과 여유로움이 없다.

이세상에 쉬운일은 없겠지만

그림같은 예쁜정원을 간직하려면

엄청난 노동력과 수고가 뒷받침 된다는 것을 알았다.


땅속에 심기운 꽃과 나무들은 때 맞춰 물을 주고

 퇴비를 섞어주고 가위로 잘라주고

호미로 잡풀을 뽑아주며 시든것은 잎을 따주고 해충이 없나 살핀다.

 
화분이나 바구니에 매달린 꽃들은

걔네들의 성질에 따라

 햇빛과 물을 적절하게 제공한다.


잔디는 잔디대로 자주 깍아주고

쉴새없이 잡풀들을 뽑아내고
가끔 모래로 돋구어 준다.

꽃들을 사랑하면서부터

아침에 눈을 뜨면

 마당으로 달려나가고 싶었다.


물을 주면서도 마음속에서는

마당에 핀 그 애들과

사랑의 속삭임이 시작되는 것이다.


저녁에는 봉우리를 닫았던 애들이

아침이 오면  

기지개를 켜듯이 웃고 있으며


 이제 막 꽃망울을 터트리는 애들은

말할 수 없이 예쁘고 반갑고


씨가 날려 작은 새싹이라도 올라오는 놈들을

발견하는 날은 심봤다! 라는

단어가 저절로 탄성처럼 떠오르게 기쁜 것이다.


아직은 아마추어 수준의 꽃밭이지만

 노력한 보람은 있었던지

 어느새 우리 정원의 꽃가지수는 40여종이 넘는 것 같다.


예쁜꽃들을 심고 매달고 늘어뜨리고

아뭏든 우리 단지 안의 7가구의 정원에서

 두 번째로 꽃은 많다.


 나에게 기쁨과 활력을 주는 꽃들에게 빠져

사랑으로 돌보고 가꾸면서

 깨닫는것이 있다.

첫째는 하나님은 우리들을 창조하시고

우리를 돌보시면서 얼마나 행복해하실까


꽃들이 잘자라주고 새끼라도 친다면

내 마음은 더할 나위없이 기쁘고


잘못되어 시들거리거나 죽기라도 하면 마음이 안좋다.

생명의 소중함, 영혼의 구원등

둘째는 토끼풀이다.

첫 해에 너무 퍼져버린 토끼풀을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제초제를 썼다.


그런데 다 죽은 줄로 알았던 토끼풀이

그다음해에  조금씩 조금씩 계속해서 나오고 있었다.

 처음에는 여리고 약하지만 점점 더 뿌리가 퍼져간다.


그놈들을 뽑을 때 마다 내 죄의 근성은 느낀다
잘못했다고 회개하면서도

계속 반복되는 우리의 죄성들~~


 기도하고 노력하면서
계속 뽑아내지 않으면 안되는 것.

셋째는 쑥의 인내와 강인함이다.


쑥이란 놈은 여러가지로 우리에게 이로움도 주지만

 정원에 있어서는 골치아프다.


오래 된 쑥뿌리가 얼마나 힘이 센지

 뽑아보신 분들만이 안다.


거기다 얼마나 얼키고 설켰는지

뽑으려면 진이 다 빠진다.


ㅎㅎ 산삼을 먹어보진 않았지만 ...

그 힘이 비슷할 것 같다.


 아무곳에서나 돌보아주지 않아도 쑥쑥 잘 자란다.

그래서 쑥인가?..ㅎㅎ
어떤 환경속에서도 묵묵히 참고 인내하며 견디고 자기 길을 가는것.

그렇게 꽃을 사랑했던 내가 전원생활 9년 차에

 2년 전부터 생각이 바뀌어

오늘 잔디를 파내고 밭을 만들었다


작년에 마당 한귀퉁이에 고추와 부추,방울 토마토를

심어 먹고 나니

꽃이 주는 즐거움과는 또 다른 기쁨이 있었다

 

몸에 좋은 채소와 야채를 직접 심어먹으니

 정성이 들어가서 맛도 좋고

이웃들에게 조금 나누어 줄 수도 있으니


경제적으로도 이익이고

기쁨인 것이다

그래서 올해는 파와 오이도 조금만 심어 볼 생각이다

 

 처음에는 토할 것 같았던 이상하던

가축의 퇴비냄새도

 그냥 그냥 참을만 한 것을 보면


나도 농촌 아낙이 다 되었나보다..ㅋㅋ

냄새는 고사하고

흐믓하기도 하니 말이다

 

 

비록 마당 한귀퉁이의 작은 밭이지만

이곳에 심어 풍성하게 될 야채들을 생각하며(잘 되어야 할텐데..ㅎㅎ) 

행복하고 감사한 마음에 젖는다

 

 

 나의 작은 천사 하영이가

 밭일(?)하는 엄마를 대신해

 마당의 풀을 뽑고있다

귀찮게 물어보며 따라 다녀

어설프고 짧은 풀뽑기지만

언제나 엄마와 함께 해주는 딸의 마음이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