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

친정엄마와 셋째날 일기 / 영화보기(완득이)

유보배 2011. 10. 26. 14:14


어제보다 더 춥다는 셋째날 아침이 되었어요

어제 저녁을 과하게 먹어서

과일과 쥬스로 아침을 대신하고 싶었지만


엄마가 계시니 간단하게라도

ㅋㅋ 아침상을 차려야 합니다


특별한 반찬은 없어도 되지만

그래도 신경써야 할 부분이 있어요


첫째 밥은 약간 진 듯~해야

엄마가 좋아하시구요

어른들에게는 따뜻한 물은 필수~


반찬은 까다롭지는 않아도

간장 게장같이 딱딱한 것은

 잘게 썰어야 해요

 

생선과 쇠고기를 좋아하시는 엄마지만

저번에 남은 삼겹살이 많아서

 고추장으로 제육볶음을 했지요


젊어서도 약간의 왕비병이 있어

우아한 엄마였는데요

나이드시니  공주병이 플러스 되어서

 비계를 잘라내는 것은 물론이고요 


고기도 한 입 크기로

 먹기 좋게 잘라 놓아야

잘 드십니당...ㅋㅋ

 

며느리 3대가 함께 살며 각자의 모습에서

 힘든 삶을 조명해보는 감동이 넘치는

인간극장을 시청한 뒤 서둘러 집을 나섰어요.


날이 추워 혹시라도 감기에 걸리시면

안 되니 여벌 옷도 준비합니다

ㅎㅎ 엄마를 챙겨 드리다 보니


마치 유치원생을 보살피듯

신경이 쓰이네용~

 

엄마를 위한 프로젝트 2탄~ 함께 영화보기

무엇을 볼까?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완득이란 영화가 괜찮을 것 같아요


너무 심하게 자극적이거나 슬프거나

폭력적이지 않고

잔잔한 감동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엄마는

" 얘~노인네가 무슨 영화를 보러가니?"

하시면서도


" 하긴 영화를 본 지

10년도 넘은 것 같다~"

 하시네요..ㅎㅎ

 

 조조는 아닌데 시간이 일러서인지

사람들이 별로 없어

마치 울엄마를 위한 이벤트행사 같네요...ㅋㅋ

 

완득이는 몸이 불편한 아버지와

필리핀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다문화 가정의 아이인데요


이혼은 안 했지만 헤어져사는 장애인 아버지와

 가난속에서 세상에 등 돌린

소심한 반항아 완득이(유아인)~


가난하고 불우한 가정환경에

공부도 못하는 문제아지만

싸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데요


꿈도, 희망도 없는 완득이 간절히 바라는 것이

 딱 하나 있었으니

바로 담임 ‘똥주’가 없어지는 것!


사사건건 자신의 일에 간섭하는 데다 

옆집 옥탑방에 살면서

밤낮없이 자신을 불러대는 똥주선생님


완득은 교회를 찾아가서 간절히 기도합니다

 “하나님~제발 똥주 좀 죽여주세요”

입만 열면 학생들에게 막말을 하고

야간 자율학습은 강제가 아닌 진정한 자율에 맡기는

공부는 할 놈(?)들만 하라는



독특한 교육관으로 반 학생들에게

 ‘똥주’라 불리는 담임교사 동주


유난히 완득에게 무한한 관심을 갖고 있는

 담임동주는 학교에서는 숨기고 싶은

 완득이의 가족사와 사생활을 폭로하여

 자존심 강한 완득이를 창피하게 만들고요.


거리낌없이 반 아이들 앞에서

'가난한 급우용'으로 나온 햇반을 가져가라고 외치고

또 그햇반을 가끔씩 뺏어도 먹는 똥주선생님 ~


완득을 향한 동주의 애정어린 관심은

 식을 줄을 모르는데요
어느 날, 엄마의 존재조차 모르고 살았던 완득에게


 친엄마를 만나 보라는 동주의 지나친(?) 참견에 

가출을 결심하고 동주에게 반항도 하지만요


사실 동주는 알고보면 부자집 아들이면서도

 악덕 공장주인 아버지와는 달리

소외받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늘 따뜻한 관심과 힘이 되어주는

착한 사람입니다


  영화가 주는 긴장이나 스릴은 없지만  

선정적이거나 폭력적이지도 않고,

 파격적인 줄거리도 아닌


모두가 행복하게 자기의 위치를 찾아가며

끝을 맺는 잔잔한 내용의

성장영화랍니다


원수같았던 똥주 선생님과는

사랑하는 사이로 변해가고요


교회의 하산이라는

외국인 형제를 통해

킥복싱을 배우면서


세상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는 법을 익히고,

필리핀 엄마를 만나면서 

안정과 사랑을 느끼고 


주변의 사람들과 힘을 합쳐 지역문화 센타를 엽니다 

완득이는 말 그대로 남녀노소 누구나

따뜻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중간 중간에 나오는

빨간 십자가 불빛과

소박한 교회 안의 소박한 풍경들


어딘지 모르게 예수님의 사랑을

 표현하는 것 같아 감사해요


함께 영화를 보신 엄마도

재미있다고 즐거워하며 좋아하시네요

 

완득이를 보면서 한 아이의 인생에서

가족의 사랑과 청소년기가 얼마나 중요하고

누구를 만나는가에  따라서

그 인생이 어떻게 바뀌며

올바르게 성장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좋은 영화같아요

 

 2시간 가량의 완득이를 보고 나오신 엄마~

다시 한 번 영화 포스터를 바라보며

 한 말씀하시네요

 

" 그 똥주라는 선생 괴짜지만 참 좋은사람이구나~

난 이렇게 모든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가 좋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