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정엄마

친정엄마와의 네 번째 날 일기

유보배 2011. 10. 27. 20:14


엄마와의 네번째날 아침이 밝았습니다

건강한 아침을 맞게 해주시는 하나님~

참 감사해요^^

 


오늘 아침도 친정엄마와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습니다

역시나 간단한 식탁이지만

엄마가 좋아하시는 영광굴비를 구웠지요


그런데 하영이를 챙겨주다가

조금 태워서 모양이 이상해요...ㅋㅋ

 

부드러운 계란찜은 나이드신 엄마를 위해

 만들었는데 정작 친정엄마보다도

우리 하영이 수저가 연신 들락날락 더 바쁩니당~


아침식사를 할 때마다

밥에 관심없는 하영이 때문에 힘들었는데

마치 할머니와의 계란찜먹기 경쟁에서

이기려는 듯 말이죠..ㅎㅎ


외할머니가 계시니 투정도 안하고

 밥도 맛있게 잘~먹어요

 

어린하영이가 보기에도 할머니를

더 챙겨드려야 할 것 같으니

스스로 잘하나봅니다...ㅋㅋ


아침을 든든히 잘 먹은

우리 하영이는 학교로 갔습니다

 

어제에 이어 재미있는 삼대며느리

 인간극장을 시청합니다

 

첫번째 103세의 황간난 할머니

90년 전 1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시집을 와

서른다섯에 청상과부가 되었는데요


성격이 깐깐한 할머니는 이른 새벽부터

쪽진 머리에 동백기름을 바르며 하루를 시작하고

손수 딴 채소를 내다 팔 정도로 부지런해요

 

처음에는 방문을 잠그고

가족들에게 감추면서까지

무엇이든 내다 파는 할머니가

유별나신 분인가? 했더니


103세의 황간난 시어머니에게도

 78세된 아픈 아들이 있어서

 번 돈 10만원을 가져다 줍니다


나이가 드셔도

불편한 자식을 도와주려는

깊은 모정의 짠함이 있네요

 

가운데 82세의 중간시어머니 선경숙할머니~

열 일곱에 시집을 와 60년이 넘게

호랑이 시어머니를 모시며 

장사를 다니는 시어머니를 대신해


집안 살림을 도맡아 했고

 3명의 시동생이 더 태어나

 시어머니의 산바라지를 했고

시동생들 뒷바라지까지 해요


그래서 시어머니보다 허리가 더 굽은

며느리 선할머니는

아직도 시어머니가 무섭다는데요

 

가운데 제일 순하신 선할머니에게도 

가슴아픈 사연이 있네요

그것은 50세가 넘은 네째아들 천기씨입니다


정신요양원에 있던 아들이

집으로 돌아와 함께 사는데

 할머니눈에는 아직도 갓난아기같아서

일일이 다 챙겨주며 보살펴줍니다

 

하지만 환갑을 바라보는 

58세 세번째 손주며느리 정민숙씨~ 


성격부터 입맛까지 180도 다른

시할머니와 시어머니 아래서

 35년째 시집살이 중인데요


그녀는 시원시원하고 쿨하며

살림도 잘하는

정말 요즘 보기드문 며느리같아요


50세가 넘은 시동생을 일일이

아기다루듯 대하는

시어머니가 안타깝습니다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자립심을 키워주라는 것이죠


매운 고추까지 팔려고 하는 시어머니와

가족들 먹을 것도 없다고 말리는 며느리사이에서

가운데 선경숙할머니가 웃으며 말합니다


우리집은 하여튼 요지경 속이야~

한 사람은 무조건 팔려하고

 한 사람은 따다주고

또 한사람은 팔지말라하고...ㅎㅎ

 

무섭고 이기적인 황간난 시어머니에게

예전에는 매도 맞아 보았다는 선할머니지만

이제는 가끔씩 옛날의 서운함이라도 보복하려는 듯...


자주 서운함의 보따리를

가족들에게 풀어놓는데요

그소리가 듣기 거북하니 귀를 막고 모른 채..

하는 황할머니의 모습도 귀여워요

 

어쨋거나 낮에 있었던 천기씨의 일로

 며느리의 마음을 무겁게 만든 것 같아

아들과 병원에 갔던 선경숙 할머니가

가족들의 양말을 사옵니다


밥 먹여주는 것만도 고맙지~~

양말하나로 가족모두가

 행복해진 저녁입니다

 

저마다 쌓아둔 사연도 설움도 많은

며느리 3대가 풀어놓는 이야기 보따리가

참 재미있으면서도 ...ㅠㅠ


 저런 상황이면

나는 과연 저렇게 잘 살 수 있을까요?

에궁~~자신 없습니다

 

 

커피와 함께 맛있는 군밤입니다

담백하면서도 고소하고 단 군밤을

모녀가 까먹으며 이야기 꽃을 도란도란 피워요


이제 그만 먹을랜다~하면서도

엄마 드세요~하면 또 하나를 더먹고..ㅎㅎ

결국 고소한 군밤을 다 먹을 때까지

우리모녀는 수다를 떱니다

 

어제 시내 외출을 했기에

목요일 오늘 하루는 그냥 집에서 뒹굴뒹굴

편히 쉬기로 했답니다


그래도 집안에만 계시면 답답하실 것 같아

 마당으로 나갔습니다

 

따사로운 가을 햇살이 참 좋구요

날씨도 어제보다 훨씬 올라가

 따뜻해요

 

화려하진 않지만

그윽한 자태로 편안하게 다가오는

우리꽃 구절초


예쁜 가을의 미녀구절초

작지만 하얀 꽃이 아직까지

 조금 남아 있네요

 

나이가 드시면 화사하고 고운 꽃이 좋은가 봐요~

그래서 치매 노인들에게 꽃을 키우는 것이

 치료에 효과가 있다고 해요


하지만 우리엄마는  언제까지나

 그냥 꽃을 좋아하는

아름다운 여인(?)이기를 바랍니당~~

 

 

80세가 넘으셨다고 우리엄마가 놀기만 하는 것은 아니에요

세탁기도 잘 돌리고 마른빨래

참 이쁘게도 개어주십니다.

 

 

어린손녀 하영이에게도 재미있는 옛날이야기와

 하영이가 궁금해하는 6,25 때 상황등을

재미있게 들려주신답니다


외할머니가 계시니

무조건 그냥 좋다는 하영이~

계속 계시면 좋겠다고 하네용~~~

 

친정엄마의 뼈있는 한마디~

그럼 너희엄마 아무데도 못 나가고

귀찮아서 안된다~


ㅎㅎ 눈치빠른 우리엄니!!